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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5월 18일 감염경보가 레벨3까지 올라간 대만 타이페이에서 보호장구를 착용한 의료인이 신속코로나바이러스 검사센터에서 사람들을 안내하고 있다. | |
ⓒ AP Photo / 연합뉴스 |
코로나19 우수 방역국으로 꼽히던 대만의 상황이 심상치 않다. 대만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 26일 코로나 확진자는 635명이었다. 지역 신규 확진 302명, 해외 유입 2명에 소급 추가된 확진자 331명이었다. 사망자도 소급 추가분을 합산했는데 11명이나 됐다.
대만은 이번달 초까지만 해도 줄곧 코로나 확진자 한 자릿수를 유지하면서 사실상 코로나19 방역에 완벽히 성공한 국가로 분류됐다. <조선일보>는 대만의 방역 상황을 ‘T-방역’으로 치켜세우며 “대만 인구는 한국의 2분의 1이지만, 확진자는 61분의 1, 사망자는 87분의 1 이다”라며 한국과 비교하기도 했다(조선일보, [만물상] 두 토끼 잡은 ‘T방역’, 2020.12.17). <한국경제> 역시 K-방역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며 대만을 ‘진짜 방역우수국’이라고 지칭하기도 했다(한국경제, 확진·사망자 한국의 1~3%…’진짜 방역 모범국’ 대만·베트남, 2020.12.14)
그러나 대만은 현재 한국보다 방역 상황이 좋지 않다. 25일 기준 대만의 주간 평균 확진자는 100만 명 당 19.17명이지만, 한국은 11.73명이다. 전파력이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70% 높은 영국 변이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지역사회 내 감염 및 전파도 빨랐다. 15일 대만의 경보(거리두기) 단계는 3단계로 격상됐다. 마스크는 의무화됐고, 5인 이상 실내 모임과 10인 이상 야외 모임이 금지됐다.
잘 해오다가 왜?
대만의 사례는 코로나19에서 안전한 국가가 없다는 것을 실감케한다. 이번달 초 중화항공 조종사와 방역 호텔 노보텔 직원 26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유흥업소를 매개로 지역사회로 코로나19가 퍼져나갔다.
‘코로나로부터 자유롭다’는 생각은 지역사회 유행 확산을 부추겼다. 감염병 전문가인 린셰호 국립대만대학교 부교수는 20일 BBC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코로나19에 걸릴 확률이 없다고 생각했다”면서 “(증상이 있어도) 의사들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고, 병원들은 경각심이 없었고, 역학조사도 하지 않았다. 확실히 안일한 느낌이 있었다”라고 지적했다.
대만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 확진자가 한 자릿수였던 베트남에서도 확진자가 500명대까지 증가하는 등 코로나19가 재유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코로나19의 유행을 근본적으로 억제하기 위해서는 방역조치 뿐만 아니라, ‘게임 체인저’인 백신 접종률 향상이 필요하다는 것을 두 국가의 사례에서 알 수 있다. 그러나 베트남과 대만 모두 1%대 접종률을 기록하고 있어서, 코로나19의 지역사회 유행이 고착화되면 딱히 돌파구가 없는 상황이다.
백신 확보하지 못한 대만… 차이잉원 “중국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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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모범국으로 꼽히는 대만에서 최근 지역사회 감염이 연일 세 자리의 증가세를 보이면서 일부 지역의 고강도 방역 경계 조치가 전국에 확대 적용된다. 사진은 한 패스트푸드점에 설치된 실명제 관련 설치물. | |
ⓒ 연합뉴스 |
유럽과 미국의 경우 과거 1일 확진자가 수만명대를 기록하기도 하면서 거리두기와 같은 방역조치를 통해서 코로나19를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봉착했다. 그래서 이들 국가는 백신을 최대한 빠르게 접종하고자 했고, 시민들 역시 접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대표적인 경우가 전 인구의 9.6%가 코로나19에 감염되었던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은 유럽의 다른 국가들보다 1.5배 비싼 가격으로 화이자 백신을 구입하고, 화이자에 실시간 접종 데이터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백신을 선점했다. 도무지 백신이 없으면 안 되는 상황이 역설적으로 가장 빠른 집단면역의 원동력이 됐던 것이다. 물론 인구가 866만 명밖에 안 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반면 상대적으로 코로나19 유행을 통제 가능한 수준으로 억제하고 있던 한국, 뉴질랜드, 호주, 일본 등은 2월 중순이 지나서야 접종을 시작했다. 네 개 국가는 OECD 인구 대비 누적 확진자가 뒤에서 1~4등을 기록한 국가들이다. 확진자가 적고 방역 수준이 우수한 상황이 오히려 빠른 백신 접종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지 못한 셈이다.
26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현재 대만은 아스트라제네카와 모더나를 통해 3000만 회분의 백신을 확보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아스트라제네카 70만 회분을 조금 넘는 수준의 백신만 공급된 상황이다. 턱없이 백신이 부족한 데다가, 65세 미만 국민은 자비로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7월에 대만이 자체적으로 생산한 코로나19 백신이 출시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확정적인 것은 아니다.
이 와중에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26일 집권 민진당 회의에서 “독일의 바이오엔테크(화이자 백신의 공동 개발사)와의 백신 계약을 거의 마무리할 수 있었지만, 중국의 개입으로 계약이 성사되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이와 같은 발언은 현재 백신 확보 미흡에 대한 차이잉원 대만 총통에 대한 책임론이 일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다. 앞서 <조선일보>는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이 지난 9월 차이잉원 총통을 표지 인물로 선정한 사실을 언급하며, (대만과 비교해) “방역 자화자찬은 그만해야 한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역설적으로 대만의 좋은 상황이 오랫동안 이어진 것이 변이 바이러스 유행에 대비 못하는 동시에 백신도 확보 못하는 위험한 상황을 초래한 셈이다.
한국, K-방역 자존심 끝까지 지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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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왼쪽)이 8일 세종시 아름동 예방접종센터를 찾아 코로나19 백신 접종 전 문진을 하는 등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 |
ⓒ 연합뉴스 |
반면 한국은 백신 접종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 최근 한 달 사이 화이자 2000만 명분 추가 확보, 삼성 바이오로직스의 모더나 위탁 생산 등의 호재가 있었고, ‘백신 수급 불안’ 상황에서도 방역당국이 공언했던대로 물량이 들어오면서 집단면역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은 1일 확진자 1000명이 넘어서기도 했던 3차 유행이 잠잠해진 이후 4~5달 동안 수도권 거리두기 2단계, 비수도권 1.5단계,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등의 거리두기로 4차 유행을 억제하고 있는 모습이다. 백신 접종 경과를 보면서 순차적으로 방역 단계를 완화하며, 11월 이전에 18세 이상 국민의 백신 접종을 완료할 계획이다.
지역사회 유행이 오랜 시간 지속됐으나 ‘록다운’ 없이 막아온 것은 큰 성과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대만보다 더 빠르게 코로나19를 종식시킬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상황이다.
김윤 서울대 의과대학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코로나19는 빠르게 전파되기 때문에 대만도 예외가 될 순 없었다. 하지만 이를 ‘방심했다’라는 추상적인 말로는 설명할 순 없다”라며 “한국에서는 대만에서 급속도로 확진자가 증가한 원인을 구체적이고 면밀하게 진단해서, 앞으로의 코로나19 위기 대비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