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22일(현지시간) 북한 비핵화 방안으로 합의 위반 시 제재를 복원하는 ‘스냅백’ 방식의 제재 완화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유엔총회 연설에서 종전선언을 제안한 데 이어 외교장관이 대북제재 완화 카드를 꺼낸 것이다. 정 장관은 또 미국, 일본과 3국 외교장관회의에서 종전선언의 역할에 대해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정 장관은 이날 뉴욕에서 열린 미국외교협회(CFR) 초청 대담에서 “미국은 제재 완화나 해제에 관해 아직 준비가 안 되어있지만, 우리는 이제는 제재 완화를 검토할 때라고 본다”면서 스냅백 방식을 사례로 들었다.



정 장관은 제재완화 필요성을 제기한 이유로 지난 4년간 북한이 장거리미사일 발사를 중단했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면서 “북한에 보상(incentive)을 제공하는 것에 소심(timid)해서는 안 된다”며 “인도적 지원과 같은 덜 민감한 분야”에서 시작해 “종전선언 등 신뢰구축조치로 나아간 다음, 북한의 행동에 따라 제재 완화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이날 뉴욕 롯데뉴욕팰리스호텔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과 연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에서는 종전선언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 과정에서 중요한 모멘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 측은 우리 측 설명을 경청했다”고 전했다. 정 장관은 블링컨 장관과도 20분 간 별도 양자 회담을 가졌다.
이번 한·미·일, 한·미 간 연쇄 협의에서는 최근 북한의 잇단 미사일 시험 발사와 영변 핵시설 재가동 등 북한 동향과 이에 관한 대응 방안이 논의됐다. 지난 14일 3국 북핵수석대표 협의에서 논의된 대북 인도적 지원도 다뤄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미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전날 언론 브리핑에서 “지난주에 본 (북한의) 미사일 시험을 감안하면 3국 장관 회담은 시의적절하다”고 밝힌 바 있다.
한·미·일 외교장관회의는 지난 5월 G7 외교장관회의 이후 넉 달여만에 개최됐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중국 견제를 위해 ‘3각 공조’를 중시하는 바이든 정부의 기조를 재확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결과 보도자료에서 “3국 장관은 공동의 가치에 기반한 세계적 범위의 한·미·일 협력은 물론 역내 평화와 안정 및 번영을 보존하고 증진하고자 하는 의지를 강조했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특히 “기후위기 퇴치와 공급망 확보 같은 긴급한 세계적 도전에 대처하기 위한 3자 간 협력을 심화하는 방안도 논의했다”고 밝혀 반도체, 배터리 등 분야의 공급망 협력 방안도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